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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북한연구 29권 2호 2026

현대북한연구 29권 2호 2026

발행일
2026.08.31.
ISSN
1229-4616 (Print) / 2713-6051 (Online)
간행물 소개
「현대북한연구」 제29권 2호에서는 일반논문 9편을 선정하여 싣는다.

이강민은 북한 공식매체가 100세 장수자를 단순한 고령자가 아니라 체제의 성과와 지도자의 은덕을 증명하는 정치적 수혜자로 재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2019년 이후 생일상 보도 건수와 대상 지역이 함께 확대되고, 의료일군과 지방 일군의 현장 관여가 기사에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장수자 보도의 확대가 대상자를 식별하고 정치적으로 가시화하는 행정적 범위의 변화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장수와 생애가 감사와 충성의 서사를 통해 체제 정당성의 자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밝힌다.

강채연은 김정은 시기 준법 담론이 어떠한 구조로 형성되고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북한 체제의 통치기술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한다. 김정은 시기 준법 담론은 단순한 법 준수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행위 기준을 규정하는 핵심 담론으로 크게 부상하였다. 특히 준법기풍, 준법교양, 준법의식, 법무생활 등의 하위 담론들과 결합하여 하나의 담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것은 법 준수를 교육, 환경, 자기 규율이라는 단계적 과정 속에서 의무화하는 것을 넘어 내면화하고 시스템화하는 통치기술로 작동하고 있다.

오삼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환경 분야 법제와 정책의 변화 양상을 함께 고찰함으로써 종합적,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8차 당대회를 전후로 41개 법률과 주요 정책의 변화 방향과 특징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집권 시기 생태환경 분야가 어떠한 방향으로 제도화되고 있는지 추적, 도출한다. 이를 통해 생태환경을 행정 관리 대상에서 통치 장치로 재구성함으로써 인민을 규율하는 김정은 시대 생태환경정치의 통치성을 논의한다.

김영준은 신승구 사례를 중심으로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창작 주체 가운데 ‘과학자-작가’ 유형의 존재 가능성을 고찰한다. 과학환상소설과 학술논문에 나타난 과학 개념 및 연구 주제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신승구가 과학 연구와 문학 창작을 병행하는 인물임을 밝힌다. 이를 통해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생산 구조와 창작 주체에 대한 새로운 분석틀을 제시하며, 나아가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 인력이 문학 창작에 참여하는 양상을 규명함으로써 ‘전문 작가’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수정·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연철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평화공존론’의 차이와 접점을 분석했다. 적대적 두 국가는 김정은 체제의 정상국가화, 남북 관계의 구조적 악화, 그리고 북한의 지정학적 재인식이 중층적으로 결합해서 만들어졌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과 법적인 국가승인은 다르며, 잠정적 특수관계론은 두 개 국가의 현실과 통일의 미래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적 시각이고, 국내적으로 헌법 규범과 북한의 두 국가 주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남북 연합’은 하나의 중간 단계이지만 한반도 주변 환경과 남북 관계의 성격에 따라 장기화할 수 있고, 분단 체제의 복합적 규정력을 고려해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상범·이형종은 북한의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을 중국 시진핑 체제의 ‘신시대 전면적 종엄치당’과 비교하여 양자의 구조적 유사성과 목적론적 차이를 규명하였다. 양국이 통치 정당성 강화라는 목표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일영도체계 공고화를 위해 어떻게 ‘변용’했는지에 대해 논증하고, ‘제도화’와 ‘사상의식 통제’라는 근본적인 지향점 차이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양 노선이 북중 당 대 당 외교의 명분인 동시에 북한의 독자적 정통성을 대내외에 표방하는 기제임을 규명하여 향후 북한 체제 분석에 중요한 학술적 기초를 제공하는 의미를 가진다.

정성준·김기원은 태양광 에너지 수용 경험이 북한 청년의 미시적 일상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매개체로서 태양광 기술이 갖는 성격을 검토하며 혜산 지역 탈북 청년 6명의 심층 인터뷰와 시계열 위성영상을 중심으로 행위주체성의 재구성과 전력 인프라 불투명성의 해체 과정을 분석한다. 기술 매개를 통한 북한 청년의 생활세계 재편은 국가의 독점적 전력망이 마비된 지점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으로 북한 사회의 상향식 변화와 에너지 주권 확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에너지 접근권에 기반한 북한 청년들의 주체적 실천과 그 실존적 변용 과정을 검토할 필요를 강조한다.

김충신은 2026년 북한 헌법에서 ‘통일’과 ‘민족대단결’이 사라진 해당 개헌을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 시작된 긴 입법 연쇄의 종착점으로 읽는다. 이른바 ‘3대 악법’과 2023~ 2026년 헌법 개정을 ‘체제수호적 민족분리’라는 하나의 입법전략으로 묶어 분석하였다. 특히 “청년교양보장법”(2021) 전문을 조문 단위로 분석하여, 동 법 제41조가 앞선 법률의 외부 정보 차단 논리를 계승하는 동시에 뒤이을 “평양문화어보호법”의 말투 규제를 1년 4개월 앞서 도입한 ‘결절점’임을 밝혔다. 부문법이 먼저 사회를 바꾸고 헌법이 이를 사후에 추인하는 이 패턴은 1974년 통일조항을 삭제한 동독 헌법 개정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동독은 두 국가론의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흡수통일에 이르렀다. 본 논문은 이 대비를 통해서, 통일 정책이 법제의 폐지를 넘어 사회 저변의 동족 의식 회복을 장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시사를 도출하였다. 이 논문이 북한 법제를 개별 법령이 아닌 연동된 체계로 읽는 하나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재욱은 핵 강압의 개념을 방어적 강압과 공격적 강압으로 세분화하고, 이에 근거하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핵 강압의 실효성을 평가한다. 기존의 이론적 경험적 연구에 근거하여 방어적 강압이 공격적 강압보다 성공의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러시아의 6가지 핵 강압 에피소드를 통해 분석한다. 분석 결과, 방어적 핵 강압이 공격적 핵 강압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은 일정 정도 지지됨을 보인다. 결론에서는 러시아 핵 강압이 북한 핵에 가지는 정책적 함의를 논의한다.

북한을 연구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대상을 붙잡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법과 제도가 바뀌고, 새로운 담론이 만들어지며,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때로는 큰 정치적 사건보다 법률의 한 조항, 신문의 짧은 기사, 주민의 말 한마디가 북한 사회의 변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 실린 연구들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준법 담론과 법제의 변화, 적대적인 두 국가론과 평화공존의 가능성, 당건설과 생태환경정치에서는 김정은 시대 통치체제의 재구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일상, 100세 장수자를 재현하는 방식, 과학자와 작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학환상문학 연구는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국가와 제도에서 생활세계와 개인으로 확장합니다. 러시아의 핵 강압을 분석한 연구 역시 북한 핵을 한반도 안에 가두어 이해하지 않고 변화하는 국제안보 환경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북한 연구에서 익숙함은 때로 위험합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변화를 놓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작은 변화의 의미를 묻고, 서로 다른 자료와 방법으로 확인하며,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를 다시 의심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현대북한연구」가 북한을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질문과 해석이 만나고 경쟁하는 학문적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연구를 보내주신 필자 여러분과 꼼꼼한 심사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6년 8 월
편집주간  김동엽
목차
  • 북한 매체에서 100세 개인은 어떻게 정치적으로 재현되는가? : 김정은 시기 장수자 생일상 수여 보도의 시공간적 확대와 의료·행정적 관여의 가시화 / 이강민(북한대학원대학교)다운로드
  • 김정은 시대 준법 담론과 통치기술의 전환 / 강채연(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다운로드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북한의 생태환경 분야 법제 분석 : 8차 당대회 전후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 오삼언(동국대학교)다운로드
  • 북한 과학환상문학의 ‘과학자-작가’ 유형 연구 : 신승구 사례를 중심으로 / 김영준(북한대학원대학교)다운로드
  •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평화공존론’ : 차이와 접점 / 김연철(인제대학교)다운로드
  • 당을 통한 지배의 두 방식 :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과 신시대 전면적 종엄치당의 구조적 유사성과 목적론적 차이 / 김상범(경남대학교) · 이형종(경남대학교)다운로드
  • 행위주체성의 재구성과 전력 인프라 불투명성의 해체 : 혜산 지역 북한 청년의 태양광 에너지 수용 경험에 관한 통합적 현상학 연구/ 정성준(숭실대학교)·김기원(숭실대학교)다운로드
  • 김정은 시기 북한 법제의 체제수호적 민족분리 재편 : ‘3대 악법’ 제정과 2026년 헌법 개정의 연동성을 중심으로 / 김충신(독립연구자)다운로드
  •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 핵 강압의 실효성 평가 : 북한 핵에 주는 함의 / 정재욱(경남대학교)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