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북한연구 27권 2호 2024

간행물 소개

현대북한연구 27권 2호에서는 일반논문 10편을 선정하여 싣는다.

최진환은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아카이브 보관소 OSC를 방문하여 1945~1992년까지 남과 북이 IOC와 주고받은 서신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논문은 1963년도 남북 당국 대표만 만나는 첫 대면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남북 접촉지대의 기원을 밝히고자 하였다. 1950~1960년대 남북 관계 관련 사료들이 많지 않은 가운데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연구이다. 비록 체육회담이지만, 그 안에는 국제 사회에서 국가 대 국가의 대등한 관계를 지향했던 북한과 대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남한 사이의 정치적 다툼을 볼 수 있다. 이 시기 당국자들의 첫 만남에 남북의 마음체계와 제도적 접촉지대 형성에 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지순은 서청송의 단편소설 <먼저 걸으라>(2023)를 통해 대북제재와 봉쇄, 국제적 고립, 경제적 곤경에 처한 북한의 상황을 살펴보고, 눈·팔·다리가 손상된 영예군인 주인공의 신체적 결핍이 북한을 환유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소설은 영예군인 주인공이 정신적 힘과 의지로 국제적 고립 속에서 북한이 봉착한 위기를 자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서사 맥락은 김정은 정권의 초기 어젠다였던 현대화를 텅 빈 기표로 드러내며, 어려움에 포위된 북한의 상황과 내핍의 심화를 균열적으로 드러낸다.

이수정은 한 대학에서 진행된 ‘북한에 대한 인류학적 이해’ 수업 사례를 분석하여 북한 이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북한 이해 교육의 목표, 관점, 내용, 방법 등을 다양화할 필요성을 제안하며, ‘타자’ 연구와 교육 과정에서 축적된 인류학적 관점과 방법이 대학생 대상 북한 이해 교육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분석한다. 특히, 통일을 핵심 주제이자 도달 목표로 삼지 않고, 분단문화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한 인류학적 북한 이해 수업이 대학생들에게 북한 및 북한 사람들에 대한 다층적 이해와 분단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진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이 연구는 대학의 다양한 전공 및 교양 수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북한 이해 교육에 대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이명훈은 김정은 시대 북한이 구체적으로 내각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하여 위기에 대처했는지 내각총리의 위상과 역할 변화를 통해 답하고자 하며, 이를 ① ‘정치적 입지의 변화’, ② ‘거버넌스의 변화’, ③ ‘제도적 변화’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분석한다. 김정은 시대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체제 불안을 야기한 위기는 세 차례 있었으며, 북한은 각 위기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를 내각총리로 등용하고 그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였다. 이를 통해 김정은식 위임 통지 내지 내각총리로의 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형종은 사회주의도덕이라는 북한 특유의 의식 층위에 주목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이 사회주의도덕을 어떻게 내면화하는지 살펴보고, 김정은 정권의 사상의식 통제와 검열이 사람들의 경험과 사회 안정성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보편적인 도덕은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요구되는 것이지만 북한 주민의 사회주의도덕은 국가의 규율과 다른 방향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었으며, 특히 북한 도덕의 핵심적인 가치체계인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집단주의 의식의 약화가 오히려 북한 체제의 안정에 기여하는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기영·양문수는 북한에서 정기 간행되는 학술지에 실린 문헌들을 분석하여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연구한다. 김정은 시대 대외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은 이전 시대에 비해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경제 발전과 외화 획득을 위해서로 분석된다. 북한 문헌에서는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 ‘물질적 답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김정은 집권기 들어 환율, 국제 금시장, 외화수지, 신용 등 국제금융거래에 대한 문헌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관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주민들의 식품소비는 어떻게 변모했으며, 이에 따른 식생활 변화 원인을 분석한다. 북한 주민들의 식품소비 실태는 곡물 위주에서 벗어나 부식과 기호식품으로 식생활이 변화되었고, 이런 원인은 농산물의 공급량과 수입 증대로 시장가격의 안정세와 비공식경제인 시장화로 주민들의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식품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향후 북한의 식량부족량 산정과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이상우·정영철은 ‘축전외교’를 중심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글로벌 사우스’ 정책을 평가하고자 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축전외교의 유형화를 위해 연구자는 북한 대외전략에서의 ‘핵심국가’(중국, 베트남, 쿠바 등 6개국)와 핵심국가 이외의 ‘중점국가’로 구분하여 분석·평가하였다. 대외정치적 차원에서 볼 때,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글로벌 사우스’ 축전외교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의 특징, 즉 핵심국가와의 ‘친선 강도 높이기’를 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중점국가라는 신우군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한은 중점국가에 대한 정상 간의 축전외교를 2019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이후 활용했고, 대내적으로 적지 않은 효용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월·구본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평판 이론을 통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북한의 평판 형성 기회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평판 형성 행위로 군사도발에 주목하였으며 ‘북한은 어떻게 그들의 평판을 형성하는가?’,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등의 연구 질문을 토대로 실증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북한의 도발은 평판 형성 차원에서 수행되는 계산된 합리적 행위이다. 둘째, 평판 형성은 위협 강도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는데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는 도발을 통해 강경하다는 평판을 형성하고자 하며, 실질적 위협에 대해서는 도발을 자제한다. 셋째, 지도자 변수의 영향을 받는데 김정일 시기에는 수사적 위협을 통한 평판 제고에 그쳤다면 김정은 시기에 들어서는 잠재적 위협은 물론 실질적 위협에도 군사도발을 실시함으로써 도발을 통한 평판 제고가 더욱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박정진은 대북제재 이후 자립경제 상황에서 노동 간 격차를 줄이고 ‘사회주의 문명강국’을 목표로 하는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을 2023년 12월~2024년 7월 25일까지의 「로동신문」전체 기사를 키워드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연구는 북한의 지방·농촌 발전의 경제 목표와 함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바탕으로, 노동당의 정책이 ‘인민’들에게 요구하는 당과 영도자에 대한 ‘은덕’의 보답을 노력동원과 기술력을 갖춘 공민 양성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를 밝힌다. 아울러 경제적 목표의 경제 효과를 차선의 정리(Theorem of the Second Best)와 북한에 대한 내재 비판적 접근의 시각을 통해 정책에서 건설 집중, 경제속도전, 당정책절대집행에서 발생하는 정책과 자원의 집중 및 독점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체제 공고화를 위한 농촌발전의 일환으로 김정은 시대의 사상, 기술, 문화를 위한 기지화 작업이 정교한 경제 선동과 함께 진행됨을 관찰한다.

강하게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서서히 가을바람이 스며듭니다. 다가오는 독서의 계절을「현대북한연구」27권 2호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휴가도 반납하고 북한 연구에 매진한 한여름의 수고가 모여 결실을 맺은 10편의 논문을 싣습니다. 논문을 보내 주신 모든 연구자분들과 기꺼이 심사를 맡아 주시고 꼼꼼한 심사평으로 논문의 완성도를 높여 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소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가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2024년 8월

편집주간 김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