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북한연구 24권 3호 2021

간행물 소개

「현대북한연구」 24권 3호에서는 일반논문 6편을 선정하여 싣는다.

김명신은 북한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1974년부터 각 지도자의 집권 시기별 국제보호지역 정책 및 활동의 특성과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집권 시기를 거치며 북한의 국제보호지역 활동이 확대, 강화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이전 시기와 달리 국제보호지역을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남북협력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한다.

박순화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방송에서 프로그램 내 간접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 방송이 직접광고인 스팟광고를 근간으로 하고 간접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스팟광고는 없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간접광고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남과 북의 방송광고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연구는 시장 기제의 사회적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김정은 시기의 방송에서 간접광고 장면의 유형 변화 분석을 통해 지도자 노출이 크게 줄어들고 상품·상표 노출이 증가하고 있음을 규명함으로써 북한 방송의 전통적 언론 기능도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권혁희는 북한의 문화유산 진흥정책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인민의 생활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 이후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명절, 조선옷, 민족음식을 대상으로 고난의 행군 이후 가속화된 시장화의 현상이 명절과 의복, 식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민족제일주의나 비물질문화유산과 같은 권위적 담론이 북한 인민의 일상적 실천을 통해 어떻게 수용되고 한편으로는 조정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경렬은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에 주목하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재구성되어 가는 현상을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구체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송금을 기존 인간 행위자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다양하고 역동적인 인간-비인간 행위자들의 상호작용과 결합의 관점에서 현상을 재구성하였다. 북한이탈주민의 송금은 다양하고 복잡한 배경이 있음에도 ‘유우성 씨 문제’나 ‘퍼주기 논란’, ‘송금 수수료’ 등으로 블랙박스화되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송금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 사고와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관계‧연결망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양계민·이우영은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출신자들이 지각하는 차별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이 지각하는 차별감과 독일통일에 대한 태도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파악함으로써 향후 통일 한국사회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동독 출신자들은 개인적 수준의 차별감보다는 동독 출신자들에 대한 집단적 차별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고, 집단적 차별감을 크게 느낄수록 통일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통일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 후 소수집단이 되기 쉬운 북한 출신자들의 집단적 차별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윤철기는 북한의 5차 화폐개혁 이후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달러라이제이션이란 현상을 통해 북한경제에 배태된 권려관계의 동학을 분석하려 시도하였다. 환율정책은 사회의 요구와 정치의 대응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환율결정에서 정치는 핵심적인 변수이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북한체제에서 ‘사회’의 존재와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연구는 북한체제에서 달러라이제이션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국가(정부), 돈주, 인민 등 세 가지 수준에서 분석을 시도하였다.

올 한 해도 「현대북한연구」는 숨 가쁘게 달려 왔다. 코로나로 인해 연구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연구에 매진하는 많은 연구자분들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심도 있는 심사를 해 주신 각 분야의 심사위원분들 덕분에 「현대북한연구」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 새해에도 「현대북한연구」는 다양한 주제의 기획 논문들을 발굴하고, 북한 연구를 위한 좋은 학문적 토양을 만들어 가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1년 12월
편집주간 김성경